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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

작성자
서재민
조회수
4,178

가작 / 해외봉사

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

 

 

김초롱 [모로코 | 코이카 해외봉사단 유아교육]

 

 

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으로 살 때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꿈을 이룰 수도 있고, 학업을 열심히 할 수도 있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지금 현재 나의 한 손으로 나만의 재미와 즐거움, 나의 꿈, 가치관을 실현한다면 또 다른 손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꿈과 어려움을 읽고 도와주는 손으로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도 나는 해외생활이 힘들고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나의 한 쪽 손을 바라본다.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하려고 이 곳에 왔는지 그 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이름을 달고 모로코라는 나라에 와서 나의 이 작은 손으로 누군가의 삶을 오늘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해외봉사활동의 꿈

 


나에게는 대학교 때부터 꿔왔던 꿈이 있었다. 늘 뉴스로만 접하던 나라들의 실상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꿈이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차근차근 길을 걸어왔다. 대학교 입학 후, 교내에서 실시하는 해외봉사 모집공고를 보고 밤새 설레며 잠 못 이루면서 해외봉사단에 지원했던 기억이 난다. 봉사단의 막내로서 첫 해외 봉사활동을 네팔로 다녀 온 후 나의 마음에는 중·장기 해외봉사에 대한 마음과 열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중·장기 해외봉사에 대한 마음이 있다고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장기 해외봉사를 위해서 한국
과 해외 기관에서 각각 경험을 쌓았다. 

 

 

첫 해외생활과 코이카 도전까지

 

 

첫 해외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선생님들과의 의사소통의 부재부터 날씨가 이렇게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도 첫 해외생활에서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정말 꺼이꺼이 울던 날도 있었고 내 맘처럼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이 미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저 사람 입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이후로 함께 일하는 현지 스텝과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졌고 내가 한국으로 휴가를 갈 때에도 우리 가족의 선물을 챙겨 줄 정도로 가까워졌었다. 그렇게 첫 해외생활을 마치고 KOICA 해외봉사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떨어지면 그땐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원초적인 고민부터 2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내 스스로 수십 차례 물어 본 후에서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한국인 듯 한국 아닌 모로코 같은 너

 


내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모로코는 아프리카의 입구이자, 유럽으로 가는 관문 같은 역할을 하며 종교적으로는 아랍의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그래서 종교적으로나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문화 속에서 내가 더욱 놀란 것은 한국과 비슷한 모로코의 풍습, 생활양식 때문이었다. 모로코에 와서 현지홈스테이를 하던 도중, 이 곳에 ‘함맘’ 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맘’을 우리나라 말로하면 ‘대중목욕탕’ 같은 것인데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설레었다. 현지인을 따라 나선 목욕탕! 준비하는 도구는 조금 다르고 목욕탕 내부의 모습도 조금 달랐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이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때밀이 타월이 있고(한국보다 더욱 질 좋은 때밀이였다.) 때비누도 있고, 때밀이 아주머니도 계시고, 우리 엄마가 발에 각질을 제거하던 그 돌로 똑같이 발에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에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던 경험은 생소하면서도 모로코에 대한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아랍식 교육에 뜨악하다

 


KOICA 봉사단원들은 KOICA에서 실시하는 현지어교육을 마친 후 각자 임지로 파견을 나간다. 나 또한 KOICA에서 실시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친 후 임지로 파견을 나갔다. 처음에 간 모로코 유치원의 모습에 처음엔 조금 놀랐다. 모든 어린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처럼 책상에 앉아 칠판에 쓴 글자를 따라 쓰거나 숫자를 따라 쓰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외의 활동은 없었다. 놀이도 없고, 미술, 음악과 같은 예체능 교육은 전혀 없고 계속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활동밖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므지엔이 될 때까지

 


유치원의 일과를 확인 한 나는 아이들이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예체능 교육을 먼저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단스러운 수업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고 내가 미술수업을 할 때 제일 먼저 나의 수업에 불려가기를 바라보는 그 초롱초롱한 눈빛이 늘 나를 에너지 넘치게 해준다. 부모님들도 처음엔 생소해하던 나의 교육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 활동을 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브라보’ 혹은 ‘므지엔(좋다, 멋지다)라고 말씀해주신다. 활동을 모두 마치고 나면 아이들의 작품을 교실 벽면에 게시하여 전시회를 열고 부모님들을 초청해보려고 한다. 

 

 

해외봉사활동=세상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다

 


KOICA 국내교육을 들으면서 해외봉사활동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또한 첫 해외생활에서 만난 해외진출을 한 청년들은 모두 사업이나 학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해외봉사활동으로 2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 짐 하나 턱 들고 가족들과 인사하고 공항으로 향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전에 나는 부끄럽게도 나만 잘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런데 해외생활과 해외봉사를 해보니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었다. 삶은 그리고 해외봉사활동은 내가 일방적으로 내가 잘나서 내 열심히 한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방적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도우며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 처음 나가는 사람은 그 나라에 처음 떨어지면 아기나 다름없다. 말도 행동도 그 나라에 대한 지식도 흡사 아기와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주도적으로 한다기보다 좋은 기관 사람들과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해외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나 또한 고마운 기관 분들과 현지 사람들이 나의 눈과 입과 발과 손이 되어주셨다. 집을 구해야할 때도 기관에서 수업을 할 때도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는 활동을 시작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할 때 관계는 따라온다

 


해외에서 생활하다보면 역시나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기본에 가장 충실한 것이 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 미안하다고 하고, 고맙다고 할 때 고맙다고 하는 것, 이 것이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확실한 관계를 맺는 방식 인 것 같다. 물론 말은 안 통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안한 상황에는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고 고마운 상황에는 2배, 3배로 고마워 할 때 그 분들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매일 아침 기관 선생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묻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못 알아듣는 말이 부지기수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우와’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볼 키스를 한 후 교실로 들어선다. 그럼 선생님들도 일과 도중에 나를 찾아와서 도움 줄 것이 있는지 지켜봐주시고 적절한 때에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 이 곳에 파견 나온 지 한 달 즈음 되었을 때에는 기관 선생님들께 한국에서 지급받은 레모나, 커피, 견과류 등을 포장해서 선물해드렸다. 그랬더니 정말 작은 것인데도 얼굴에 함박 웃음꽃 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관계에 아주 약한 사람인데 이 곳에서 만난 선생님들 덕분에 외국인과의 관계에 자신감이 훨씬 붙었다. 

 

 

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

 


마지막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 하고 진출해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우리는 현재 외국에 살고 있거나 외국에 나가서 살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다른 손이 하나 더 있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는 특별한 경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꿈일 수도 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으로 살 때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꿈을 이룰 수도 있고, 학업을 열심히 할 수도 있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지금 현재 나의 한 손으로 나만의 재미와 즐거움, 나의 꿈, 가치관을 실현한다면 또 다른 손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꿈과 어려움을 읽고 도와주는 손으로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인생이 바뀔 것이다. 아니 바뀐 지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지금도 나는 해외생활이 힘들고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나의 한 쪽 손을 바라본다.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하려고 이 곳에 왔는지 그 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이름을 달고 모로코라는 나라에 와서 나의 이 작은 손으로 누군가의 삶을 오늘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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