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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잠 못 이루는 밤

작성자
서재민
조회수
7,507

가작 / 해외취업

파리의 잠 못 이루는 밤

 

 

김은진 [프랑스|Blue Link]

 

 

흔히, ‘한국어는 글로벌인재가 되기 위해 중요하지 않다’ 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프랑스에 와서 느낀 건 오히려 정반대이다. 영어와 불어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국어와 같이 소수의 언어를 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해외에서 우리에게 오는 기회는 의외로 더 많이 있고, 직장 내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 뿐 아니라 불어권 유럽국가와 불어권 아프리카와 한국의 교류는 점차 커지고 있고 그 만큼 더 많은 기회도 열려있다. 더불어, 한국인의 가장 큰 장점인 높은 소프트웨어 활용, 빠른 업무속도와 정확도 등은 이미 프랑스 내에 자리 잡은 한국인의 긍정적인 이미지이고 실제로도 높게 인정받는 부분이기에 불어권 국가의 한국인 진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진짜 내 꿈을 찾아 나서다

 


‘Comment allez-vous ?’ 고등학교 시절 처음 배운 안부 인사를 묻는 불어문장의 어색함과 이국적인 느낌을 따라 26살이 되던 해까지 한국에서 꾸준히 불어공부를 했지만, 정작 프랑스에 가 본 적은 대학시절 삼주간의 여행이 다였다. 영어나 중국어와 같은 많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언어가 아닌 불어를 배우라고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불어는 언제나 재밌는 취미생활이였고,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즐거움 이였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기업에 취업한 후 점점 불어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언젠간 프랑스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았다. 1년 반의 서울에서의 회사생활은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상실감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과 허무함을 안겨주었고,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상상했을 때 가장 후회 할 수 있는 일, 진짜 내 꿈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언제나 불어와 불문학을 좋아하고 프랑스를 사랑했던 나였지만, 무난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랑스에 가서 무작정 살아보겠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에게 시험의 기회였으며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고작 파리에서 두 달 정도 살 수 있는 예산을 들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월 말의 낯설고 어색한 공기, 그리고 다양한 색의 사람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 숙소까지 가는 길의 지하철 안에서 에펠탑과 몽마르트의 낭만과 예술적인 설렘보다는 지하철 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주는 왠지 모를 불안함과 무사히 일을 구해 파리에 정착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해가지는 저녁 아홉시가 될 무렵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경제적으로 겨우 두 달의 여유가 있는 나에게 파리를 즐기기 전 일을 구해야 하기에 최대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취업 창구를 알기위해 노력했다. 프랑스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파리의 정치경제 분야의 그랑제꼴인 시앙스포 주최로 진행되는 언어교환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 시앙스포의 재학중인 학생들과 이미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프랑스인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고, INDEED, MONSTER’와 같은 현지인들의 구직구인 사이트를 알 수 있었다. 프랑스 한인 커뮤니티인 ‘프랑스존’ 과 더불어 현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미리 준비해 온 이력서와 동기서를 여러 회사에 보냈고, 파리에 도착한지 3주 후에 Blue Link라는 프랑스 회사에 취직하여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토론 중심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과 스스로 찾아서 배우는 사람들

 

 

첫 출근을 하여 나의 자리를 얻을 때 까지 세 번의 면접과 어학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회사에서 한국어 가능자를 찾고 있었던 터라, 원어민 수준의 한국어 능력과 상위수준의 불어, 영어 실력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었기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에서 학원을 다녀가며 쌓아온 불어실력이 이 곳에서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 이였다. 현재 재직 중인 BlueLink라는 회사는 공식적으로 Air France의 자회사다. 약 10년 전 Air France 의 고객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이고, 현재는 크리스챤 디올과 루이뷔통과 같은 프랑스 LVMH계열의 명품브랜드들의 고객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 꾸뛰르의 한국 고객담당자로서 채용이 되었고, 한 달 간 회사 전반의 Air France의 정책들과 회사 비전 그리고 실제 내가 열정을 쏟아야할 크리스챤 디올의 역사와 예술적인 철학 현재까지의 컬렉션들을 교육 받았다. 모든 교육은 불어로 진행 되었고, 한 명의 진행자가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한국에서의 교육방식과는 전혀 달리 쌍방향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교육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육자가 약 20분간의 대략적인 설명을 한 후 40분 넘는 시간은 신입사원들의 질문시간으로 꾸며졌다. 질문과 토론에 참여해야하므로 교육시간 내내 집중해야 했고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나를 짓누르기도 했다. 토론, 질문과 답변 형식의 교육방식은 회사 뿐 아니라, 프랑스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이기에 현지인들은 이런 교육방식에 익숙해져 있었고, 질문이 두려운 한국인으로서 처음엔 손을 드는 것이 두려웠지만, 한 달 후 나 또한 질문에 익숙해져 있었고 스스로의 질문들을 통해 배운 내용들이 모두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현장에서의 프랑스 직장문화

 

 

프랑스와 한국은 직장환경, 상사와의 관계 모든 것이 다 다르지만, 가장 달랐던 점은 회사 내 직함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내 위계질서와 계급이 엄연하게 존재하지만, 누군가의 매니저의 매니저로만 존재하지 직함이 없는 직장문화는 신입사원인 나를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직장상사와의 부드러운 관계와 철저한 사생활 존중문화는 순전히 회사에서 일에만 집중 할 수 있게끔, 효율성을 높여 줄 뿐 아니라,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사원들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또한, 프랑스의 직장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육아와 병행하는 여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이다. 유연한 출퇴근시간, 반일근무제의 활성화와 1년 육아휴직의 철저한 보장 등을 통해 육아를 병행하는 여직원들이 출산 후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게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아이 둘 셋을 키우면서도 워킹맘으로서의 삶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회사 후 각자의 삶에 투자 할 수 있는 시간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직장여성의 삶을 전폭적으로 지지 해주는 직장문화가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체험해보니, 한국이 가지고 있는 출산율 저하 문제와 직장문화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직업이 있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35일간의 달콤한 바캉스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라고 하면 여름의 바캉스 문화를 빼 놓을 수 없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던 대기업에서 일을 하던 주 35시간 이상의 일하는 사람은 한 달에 2일 반의 휴가를 필수로 받을 수 있게끔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휴가와 비슷한 복지혜택을 받다보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가 비교적 많고, 직업의 서열격차가 크지 않는 것도 프랑스 사회에 부의 분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은 일을 많이 안 한다’ 는 편견에서 불구하고, 주말 추가근무와 야근을 하면서 까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부터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시행중인 RTT(Reduction du temps de travail)제도를 통해 추가 업무시간을 적립해 두었다가 반일 휴가 혹은 조기 퇴근 방식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직원들의 법적 업무시간(주 35시간)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전체 국민이 약 35일의 휴가 대부분의 날짜를 7월∼8월 기간에 사용해 파리의 여름은 텅텅 비고 관광객으로 채워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직업의 귀천 없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휴가가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생활에 만족하면서 여름이면 여행준비로 분주한 프랑스인들의 바캉스 문화는 프랑스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해외에서 우리에게 오는 기회는 의외로 더 많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언제나 불어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언젠간 프랑스에서 갈 것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 막막하게 느껴졌지만, 영어권이 아니었기에 경쟁률이 높지 않았고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듣다. 흔히, ‘한국어는 글로벌인재가 되기 위해 중요하지 않다’ 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프랑스에 와서 느낀건 오히려 정반대이다. 영어와 불어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국어와 같이 소수의 언어를 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해외에서 우리에게 오는 기회는 의외로 더 많이 있고, 직장
내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 뿐 아니라 불어권 유럽국가와 불어권 아프리카와 한국의 교류는 점차 커지고 있고 그 만큼 더 많은 기회도 열려있다. 더불어, 한국인의 가장 큰 장점인 높은 소프트웨어 활용, 빠른 업무속도와 정확도 등은 이미 프랑스 내에 자리 잡은 한국인의 긍정적인 이미지이고 실제로도 높게 인정받는 부분이기에 불어권 국가의 한국인 진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현지에서의 실제 경험담과 여러 수기들은 처음 해외진출이 주는 막막함과 두려움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K-Move에서 진행 중인 멘토링 프로그램과 수기를 참고 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해외진출을 준비 할 수 있다. 이번 수기공모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의의 역시 비교적 적은 불어권 직장 생활의 경험들을 순수하게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과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주고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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