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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그냥 좋아서 했어요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6,126

장려상 / 해외취업

그냥 좋아서 했어요

 

 

 

유정아 [체코 | 자동차 업체 품질관리 담당]

 

 

꿈을 가지면 이루어집니다.’ 하는 식의 거창한 말로 내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대학교 후배들은 내가 뭔가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어떻게 하면 유럽에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전혀 특별하지도, 잘날 것도 없는 대한민국의 많고 많은 대학생 중 하나일 뿐이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생에게 주어지는 딱 그만큼의 스펙에 성적은 중간 정도였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단지 인생이 한 번이라면, 젊음이 한 번이라면, 나이가 들어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기 전에 더 넓은 곳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체코 교환학생의 경험

 

 

작은 농촌 시골 학교에서 서울로 진학을 했지만, 서울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여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좀 더 다르게 살아 볼 수 없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TV에서 유럽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를 넘어서 , 정말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저기서 정말 살아 보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막연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대학교 생활과 그동안의 해외 경험이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 같다.

나는 지금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의 품질 관리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 반년을 보내며 허둥대는 신입이다. 나는 예전부터 체코가 정말 좋았고, 부족하지만 체코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을 이루었다는 느낌이 드니까.

체코와의 인연은 교환학생을 하며 시작되었다.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 교환학생에 도전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 선발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막연했지만, 정말 막연했지만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서 살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고 할까, 그 때문에 영어를 좋아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다 멋있었다. 그리고 내가 미래에 어디를 가게 되더라도 영어가 힘이 되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팝송을 들으면서 영어를 익혔다.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봉사 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항상 준비해 온 영어 덕에 영어 성적이 중요했던 교환학생 모집에서 어렵지 않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교환학생을 지원할 때, 가고 싶은 나라를 미리 선택해야 했다.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2년간 다녀왔기에 영어를 쓰는 나라 말고 이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나라를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유럽 여행을 떠나 보기 전이라 웬만하면 유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럽 국가 중엔 영국, 스웨덴, 체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영국은 영어를 써서 안 되고, 스웨덴은 유럽 본토와 떨어져 있고,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다른 나라로 여행 가기 쉽고 물가가 저렴한 체코로 결정했다. 체코의 역사를 비롯해 그 나라에 관련된 지식은 거의 없었다. 그저 여기서는 유럽 여러 나라를 많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 하나였다.

체코 교환학생이 결정된 뒤에야 체코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체코와 이웃 국가인 슬로바키아, 폴란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과 전자 기업들이 진출해 있었다. 내가 공부하게 될 대학교가 자동차 공장의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현지 공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에 그 자동차 기업에서 마케팅 강의를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내가 듣는 수업이 아니었지만 그 강의에 참석했고, 강의해 주신 분을 찾아가 혹시 내가 체코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동안 공장 견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분은 흔쾌히 도와주겠다 하시며 체코에 도착하면 이메일을 보내라 했다. 돌이켜 보면 무례해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이었던 것 같지만, 부탁해 보는 정도야 나쁠 것도 없지 않나 생각했다. 그분 덕택에 단체가 아닌 외부인의 견학이 허락되지 않던 현지 공장 내부를 속속들이 돌아볼 수 있었다. 한국인 기술자가 먼 나라에 일궈 놓은 로봇들로 가득 찬 공장 내부는 감동적이기까지 했고, 기분이야 뭐, 당연히 끝내줬다.

, 여기서 일하고 싶다. 정말로 여기서 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1년간 주어진 체코 교환학생 시절은 체코어 공부에 열중했다. 체코어는 슬라브어 계통으로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국어인 영어와는 다른 문장구조였다. 나는 금세 체코어의 의미 체계와 표현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교환학생으로 지낸 1년이 지나고 현지 친구들에게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사실 자신은 없었다. 현지 한국 회사들은 주요 관리직 외에는 현지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한국 내 상황처럼 외국도 일자리 부족이 심각했다. 그래도 체코어 공부만은 멈추지 않았다. 조금은 무모한 방법이었지만, 대학 동기들이 취업 준비를 하며 각종 시험과 인터뷰를 준비할 때 나는 체코어 문법 책과 회화 책을 붙들고 종일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체코어는 인구 천만의 체코인들만 사용하는 소수 언어이고, 내가 체코에 돌아갈 수 없다면 영영 사용할 기회가 없는 언어인데도 말이다. 월드잡, KOTRA 등 해외 취업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는지도 계속 확인했다. KOTRA 글로벌 채용 박람회가 열리자 나는 체코와 이웃 국가 폴란드, 슬로바키아를 중심으로 이력서를 보냈다.

 

 

 

한없이 길던 4개월, 달콤했던 1개월

 

 

동기들, 후배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취업하기 힘들어한다. 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저는 제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사실 많이 혼란스러웠다. 친구들이 국내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며 이력서를 쓰고, 면접과 각종 시험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이 방법이 맞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은 밥도 넘기지 못할 정도였다.

이력서를 넣고 두 달 가까이 지났을까, 폴란드 회사에서 면접 요청이 왔다. 폴란드라니? 내가 가고 싶었던 바로 그 동유럽 국가 체코와 이웃한 곳이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제는 학생을 넘어서 정식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생각하니 설레기도 했고 긴장도 됐다. 코엑스에서 면접을 봤다. 면접관은 체코에서 공부하며 체코어를 익히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곧 연락이 갈 테니 화상 통화로 2차 면접을 갖자고 했다. 일주일 후 이메일을 받았고, 화상 통화로 폴란드 현지에 있는 미국인 사장님, 폴란드인 부사장님과 면접을 가졌다. 바로 그다음 날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대학 생활 마지막 학기는 참 힘들었다. 모든 기쁜 소식들은 11월에서 12월에 걸친 한 달 안에 일어났다. 달콤한 마지막 달이었다. 그리고 1월에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로 출국했다.

 

 

 

폴란드 회사에서의 3개월과 새로운 기회

 

 

처음 입사한 폴란드 회사는 물류 회사였다. 내가 맡은 일은 폴란드에 있는 한국 법인회사 직원들의 개인 이주 화물이 컨테이너에 실려 해상으로 차질 없이 운송되도록 관리하는 물류 관리 업무였다. 직원들 간은 수평적인 관계였고, 5시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었다. 개인 성과에 따라 보너스나 진급의 기회도 열려 있었다. 당시 회사는 폴란드를 넘어 주변국인 체코와 슬로바키아까지 고객층을 확보하고 싶어 했고, 체코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있는 한국 자동차 회사 직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라는 임무를 주며 체코로 출장을 보냈다.

폴란드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되어 꼭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체코로 돌아가게 되었다. 바르샤바 역에서 기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 체코에 닿으면서 내가 정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당시 세일즈 미팅을 가졌던 한국 고객이 지금 나의 직장 상사가 되었다. 여자 혼자 해외로 건너와 기차를 타고 다니며 일하는 모습과 체코어를 스스로 공부하며 구사하는 모습이 인상 깊으셨는지, 다음 날 전화를 주셔서 함께 일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내가 가장 닿기 원했던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하게 되었다. 체코와 한국 자동차 회사. 나는 가장 핵심이 되는 품질 팀에서 일하고 있다.

 

 

 

Quality, Quality and Quality!

 

 

한국 자동차 회사가 세계 탑 5로 서기 위해 가장 중요시해 온 부분은 품질이다. 품질부서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지식들이 정말 많다. 공정에 관한 기술적인 내용들부터 품질을 보증하는 각종 문서들도 아주 다양하며,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이론들이 있어 공부해야 할 부분들이 아주 많았다. 품질 문제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시 섬세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비상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많은 일들이 팀워크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대인 관계도 중요하다.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 있다 보면 같이 일하는 팀원들 간에나 부서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 쉽고, 이 부분을 컨트롤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스트레스가 많지만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게 많고 경력 개발을 위한 기회도 많다. 나는 아직 반년 차 신입이지만, 일반 지원 부서가 아닌 품질 부서에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모든 일련의 과정들에 감사한다.

처음 체코 교환학생이 되기로 결정하고 주변에 이야기를 하였을 때 다들 왜 체코를 가? 거기 뭐가 있는데? 미국이나 영국이 더 좋지 않아?’ 정도의 반응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다른 길이었던 만큼, 나 스스로가 외국인으로서 더 잘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혹시 그곳에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모두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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