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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외 인턴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966

가작 / 해외인턴

해외 인턴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오혜리 [영국 | Canofix 인턴]

 

 

“Hello, is it Canofix?” Canopy 제품 문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한국 화장품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EU Cosmetics Regulation’ 정보를 수집하고, 오프라인 상점을 가진 영국 내 화장품 Wholesaler들과 미팅을 마치면 오전 업무가 끝난다. 오후에는 SNS를 통해 본격적인 제품 홍보를 한다. 지금은 너무 당연해진 하루 일과지만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상이다. 4년제 대학 졸업, 토익 900점 이상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고작 토익 700점을 웃도는 내가 영국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웃음이 난다.

 

 

 

최종결과 143143

 

 

홍보 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당시, 지친 퇴근길이면 항상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일하는 상상을 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해리포터>를 보며 한 번쯤은 나도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현실성은 제로였다. 토익 점수 800점도 안 되는 내가? 스스로도 혀를 찰 일이었다.

2014년 상반기에 쓴 원서 143개 중 서류 통과 3, 최종 결과는 모두 탈락. ‘귀하의 우수한 역량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메일이 지긋지긋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내가 설마 일할 곳 하나 없겠어? 은근한 자부심은 그렇게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차선책은 인턴이었다. 정규직 보장도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홍보대행사의 인턴으로 들어갔다. 인턴은 역시 상상한 대로 만만치 않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져 갔다.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한 소망으로 영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사실 정말 떠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조차 없던 때였다. 당장 내일 출근도 두려웠지만, 인턴 기간이 만료되고 난 뒤의 거취는 더 두려웠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다. 수시로 들락거리던 정부 해외 인턴 프로그램 사이트에서 해외한인인턴프로그램 공고를 보게 됐다.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인 영국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여, 이건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라 확신했다. 정량적 스펙 대신 자기소개서를 보겠다는 한 줄에 온 희망을 걸었다.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또 고치며 왜 영국인지,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 영국에 대한 열정과 해외 인턴에 대한 의지를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서류 합격 이후에는 영어 면접이라는 고비가 있었다. 승부는 질이 아니라 양이라고 되뇌며 영어 면접 책의 온갖 질문과 답을 달달달 외웠다. 암기 덕분에 면접을 무사통과하자, 마지막 관문은 회사 대표와의 면접이었다. A4 15장 분량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나의 승부는 언제나 질이 아니라 양이었으므로. 나중 이야기지만, 포트폴리오가 나를 채용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한다.

 

 

 

80군데의 화장품 회사, 미팅 3번의 기적

 

 

합격 이후에는 속전속결이었다. 결과 발표 후 약 2주 만에 영국에 도착해 바로 이틀 뒤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canopy를 판매하고 수출하는 기업으로,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컨설팅과 시장 조사를 대행해 주고 있다.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내 커리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많은 것을 얻어 가리라 다짐하며 인턴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전혀 쉽지 않았다. 나의 주요 담당 분야는 화장품이었다. 구글을 뒤져 가며 영국 내 수많은 화장품 Wholesaler 리스트를 만들 때만 해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화장품 회사에 처음 전화를 하자마자 토익 듣기 평가 성우는 정말 친절한 사람이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빠른 속도도 문제였지만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영국식 영어는 굉장히 생소했다. 초심자들에게만 따른다는 운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겨우 연결이 되어도 담당자를 연결해 줄 수 없다거나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려올 뿐이었다.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우리는 아시아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며 끊어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악착같이 매달렸다. 전처럼 무작정 전화하는 대신 담당자의 메일 주소와 이름을 알아내고, 메일로 끈질기게 제품을 소개했다. 40개 업체에 메일을 돌리고 전화를 거는 노력을 지속했다.

 

 

 

한 번의 승리, 모든 일의 시작

 

 

정말 힘겹게 얻은 첫 미팅의 기회. 제품 설명을 위해 밤을 새워 카탈로그를 외우고, 인터넷을 뒤져 가며 피부 및 화장품 용어를 습득했다. 나의 설명에 감탄해 당장 우리 품을 구매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는 엄청난 스토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꽤 좋은 성과를 얻었다. 첫 번째 미팅을 진행한 업체가 우리제품을 다른 Wholesaler에게 추천한 것이다. 또 영국 내 최대 규모인 Beauty Show의 초대를 받았고, 여기에 참가하며 다른 업체들에게 우리 제품을 홍보할 기회도 얻었다.

순식간에 3개월이 지나고 나는 새로 고용 계약서를 쓰고 회사에서 수습 기간을 보내고 있다. 기쁜 만큼 책임감이 커진 것은 당연하다. 나는 요즘 한국 화장품의 유럽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EU cosmetic regulation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우리 회사 제품인 canopy를 홍보하기 위해 구글에 광고 페이지를 개설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에 오기 전에 언어적인 면에서 준비가 더 되었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 client들과 일상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못지않게 한국 제품을 유럽에 알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준비이다. 해외 인턴, 해외 취업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도전하기도 전에 나이, 학벌, 영어 실력 때문에 주눅들지 않기를 바란다. 무조건 도전하길 바란다. 수도 없이 깎이고 깎이겠지만 결국 성장이라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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