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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에서 보내는 희망의 메아리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5,748

가작 / 해외취업

알프스에서 보내는 희망의 메아리

 

 

 

임세진 [스위스 | 헤렌하우스 컨설팅]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난히 마치고 처음 시작한 일은 국내 조그만 시중은행에서 고객 응대를 하는 업무였다. 당시에도 국내 취업난은 신문에 늘 오르내리는 뉴스였지만 나의 입사과정은 그렇게까지 어려웠던 것 같지는 않다. 국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나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평균 이상으로 준비해 두고, 어려움은 물론 있었지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초대받지 못한 1천여 통의 이력서

 

 

시중은행 업무는 4년 정도 계속되었다. 반복적인 업무도 힘이 들었지만, 내게 가장 답답한 부분은 여성으로서의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입사 당시에는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채용이 되었는데, 연차가 지날수록 여자 직원들은 출산, 육아 휴직 등의 이유로 한직으로 내몰리거나 퇴직을 해야 했다. 나의 미래도 그렇게 정해져 있는 듯했다. 그러던 차에 결근한 상사 대신 참여한 아시아 투자 세미나에서 외국에서 온 많은 직원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런던, 뉴욕, 홍콩 및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 온 많은 외국회사의 임원들은 상당수가 여성이었다. 나는 여성으로서 지속적인 커리어를 개발하려면 해외 취업이 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계획들을 구체화하게 되었다.

처음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일들은 웹사이트들을 뒤져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와 비슷한 구인 광고를 낸 회사들에 이력서를 보내는 것이었다. 구인 자체가 많지 않았고 당신의 지원서를 잘 받았습니다.’라는 자동 문구 이외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런던으로 갔다. 그래도 무작정 갈 수는 없어 금융 관련 단기 학위 과정 겸 어학을 보강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로 했다. 내가 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대학은 경영대학원이 함께 있어 각종 채용박람회나 캠퍼스 면접 등이 자주 이루어졌다. 자연스레 런던에 있는 유수의 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았다. 채용 시즌에는 여러 번의 면접에 초청받아 생각보다 해외 취업이 어렵지 않겠다는 착각 속에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다. 학교 내 진학 상담 센터에서 검토해 준 내 이력서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직장 경력, 어학연수, 기타 경험들, 소위 스펙만으로 볼 때 나는 런던의 금융회사에 취업하기에 평균 이상이었다. 그러나 학위 과정이 다 끝나갈 무렵까지 형식적이 면접들만 계속 있었을 뿐 최종 면접은 근처도 가지 못했다. 몇 명의 의견을 들어보자 내가 왜 해외시장에 적합한 지원자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내가 나온 대학도, 국내에서 일했던 회사명도 절대 스펙이 되지 못했고, 어떤 특정한 업무 분야에 바로 투입이 될 수 있는 경력자도 아니었다. 나는 해외 취업에 대한 방향을 바꾸어 통역, 번역, 단순 사무 처리 같은 업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현지 기업들과 나름의 인맥들을 구축해 보려고 노력했다.

 

 

 

콜센터 직원에서 아시아 부서장으로

 

 

기회는 엉뚱하게 런던이 아닌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에서 왔다. 금융기관에서 2~3년 업무 경력이 있으며 아시아 시장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구인 광고였다. 이것은 내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력서를 보냈고, 서로의 필요가 맞아 최종 면접까지 무난히 통과, 스위스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스위스는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어, 각 나라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에 따라 취업 비자 요건이 유럽연합 지역보다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내가 일하게 된 회사는 제네바 근처에 소재한 MIG라는 작은 은행이었다. 아시아 지역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였으나, 실질적으로 내가 하는 일은 콜센터 업무였다. 이미 바닥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한 바, 사무직으로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인데, 상당히 많은 곡개들이 비슷한 질문들을 하고, 또 직원 간에 잘못된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일이 많아 고객들이 혼선을 빚는 경우가 흔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의 고객 응대 매뉴얼 기억을 되살려 FAQ 가이드라인을 부서장에게 제출하여 큰 호응을 얻었고, 이것을 전 직원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얼마 뒤에는 콜센터 직원들에게도 세일즈 교육을 시켜 세일즈 직원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콜센터 업무의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세일즈 기회로 전환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며 나 자신뿐 아니라 여러 동료들이 콜센터 직원에서 정식 세일즈 직원들로 승진할 수 있었다. 외국 기업의 승진 체계는 철저히 실력 위주였다. 나는 입사 1년 만에 최우수 직원상을 받고 아시아 부서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아시아 시장이 확장되면서 내가 담당하던 아시아 데스크가 홍콩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당시 나는 이미 가정이 있었던지라 가족 모두가 홍콩으로 이전하는 것은 무리였다. 다행히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은의 소개로 동종 업계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본인이 적재적소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갖추기만 하면 동종 업계에서 상당히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는 건 유럽 시장의 특징이기도 했다. 기억의 인수 합병이 빈번한 외국에서는 적당한 기간 내에 이직하는 것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직 과정에서 경험한 또 한 가지는 만은 유럽 회사들이 인성에 대한 평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인성 평가는 주로 추천서난 추천인에게 문의하여 이루어진다. 나의 경우도 이직 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동종 업계의 업무 경력과 추천서였다. 추천서와 별도로 인사 담당자가 각 추천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30분 이상 내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이력서에 쓴 사항들이 모두 사실인지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와 인성은 어떠했는지, 성실성은 어떠했는지 상세히 묻는다. 그러므로 이력서에는 그야말로 사실만을 기록해야 하고 조금의 과장된 기록이 있을 경우 이직이 순조롭지 않다.

 

 

 

더 높은 꿈을 향하여

 

 

두 번째로 일하게 된 직장은 취리히에 소재한 스위스코트라는 큰 규모의 상장 기업으로 내 업무는 아시아 비즈니스 개발 관련 세일즈 및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전에 비해 업무는 즐겁지 않았다. 스위스코트의 거대한 조직 문화는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였고, 담당하고 있는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주기 힘들어 보였다.

안정적인 고용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즐기면서 일하는 것도 나의 삶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였다. 나는 나의 중장기적 직업적 목표와 방향을 재정비한 후, 여러 기업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 온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세 번째 회사인 헤렌하우스 컨설팅에 입사하게 되었다.

 

 

 

도전하라, 얻을 것이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헤렌하우스는 여러 면에서 심사숙고를 하여 결정한 만큼 업무 만족도가 높고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유지해 갈 수 있다. 창업과 관련한 전문 컨설팅 회사인 만큼 업무는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의 사례들을 다루어야 하는 경험들이 늘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준다. 재택근무의 도입, 직장 내 탁아시설, 전 직원의 파트너십 공조 체제 등은 제도적으로 직원 만족도를 최상으로 높여 주고 있다. 물론 나는 지금도 또 다른 꿈을 향해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 유럽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어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인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꿈꾸고 있다.

해외와 국내에서 적용되는 취업 공식은 분명히 다르다. 해외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젊은이라면, 한국 내의 간판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창업 기업에서 실질적인 업무에 대한 경험을 먼저 쌓아 보기를 권한다. 또한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고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는 두 개밖에 없기 때문에 기타 국가에서 일을 하는 경우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업무를 하면서도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영어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편적 직업윤리와 관련한 덕목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된다. 나는 스위스에서 세 개의 직장을 거치며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과 일해 봤지만 한국 수준의 성실성을 가진 직원들을 만나 보기는 힘들었다. 이것은 분명 한국인들이 지닌 경쟁력이다.

가장 훌륭한 자기 계발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외 회사들의 경우 전 직장의 상사가 다음 직장으로 옮길 때에 추천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천이 실질적으로 취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재를 추천하는 것은 추천인에게도 좋은 평가로 남는다. 인맥이나 학벌로 고민하고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자신의 성실성만으로 인맥을 만들 수 있는 해외시장에서의 도전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한국 젊은이들의 성공길목에 놓인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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